‘카드대란’ 망령 되살아나나… 연체율 4.1% 돌파, 21년 만에 최고치

국내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신용카드 대출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장기화와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 상향이 맞물리면서 서민들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 대출 연체율이 2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빚을 빚으로 갚는 ‘돌려막기형’ 대환대출까지 급증하며,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심각한 건전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서민 급전’의 비명…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4%대 연체율

7일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3.2%) 대비 불과 한 달 사이 0.9%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과거 2002~2003년 카드대란의 여파가 정점에 달했던 2005년 5월(5.0%)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1~2%대를 유지하던 연체율은 2024년 3%대에 진입한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결국 4% 저지선마저 돌파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침체 신호를 넘어, 한계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지표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가 부른 ‘풍선효과’와 43조 원의 카드론 늪

연체율 급등의 배경에는 1금융권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5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갈 곳 없는 중저신용자들이 연 10% 중후반의 고금리를 감수하고 카드사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졌다.

실제로 9개 카드사의 2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9,022억 원으로 집계되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2월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더 큰 문제는 질적인 악화다. 기존 카드론을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최근 6개월 사이 13.5%나 증가했다. 이는 자금 사정이 악화된 차주들이 소위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사옥 매각에 인력 감축까지… 카드업계 ‘생존형 긴축 경영’

건전성 악화와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겹악재를 만난 카드사들은 고강도 다이어트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2020년 인수한 서울 중구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며 자본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카드 역시 영업비용을 전년 대비 4.1% 절감하는 등 마케팅과 관리비 전반을 손질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4개 카드사의 전체 직원 수는 1년 새 약 4% 감소했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매출 성장을 지양하고, 비대면 채널 고도화와 저금리 차환을 통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가 늘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이는 순이익 감소와 한도 축소로 이어진다”며 “결국 대출 공급이 줄어 연체가 더 폭발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진입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결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밀 타격식 지원 절실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의 급등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부분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고금리의 공포가 실물 경제를 잠식하는 가운데, 한계 차주들에 대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과 서민 금융 지원책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 정밀한 리스크 관리와 정책적 개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핵심 요약

  • 1월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4.1%를 기록, 2003년 카드대란 여파 시기인 2005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 은행권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카드론 잔액이 43조 원에 육박하며, 빚으로 빚을 갚는 대환대출(돌려막기)이 6개월 새 13.5% 급증했다.
  • 카드사들은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본사 사옥 매각, 인력 감축, 일반관리비 축소 등 생존을 위한 고강도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