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전쟁의 포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내수 시장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민간 소비에 비상이 걸렸다. 전쟁 발발 6주 차에 접어들며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를 잠식하자, 50대 이하 전 연령층의 지출이 일제히 꺾이는 ‘소비 동결’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청년·장년층은 지갑을 닫은 반면, 고령층은 병원비 등 생존형 지출을 중심으로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내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은 절약, 노인은 병원으로’… 세대별로 갈린 지출 성적표
26일 국가데이터처의 ‘나우캐스트(Nowcast)’ 지표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기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보합권에 머물며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초기,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도 두 자릿수 증가율(11.9%)을 기록하며 버텼던 소비 동력이 불과 한 달 만에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세대별 소비 흐름의 극명한 대조다. 50대 이하 전 연령대는 이달 들어 일제히 지출을 줄였다. 구체적으로는 20대 이하(-6.7%)와 40대(-2.1%)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가계 경제의 중추들이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장 먼저 긴축 경영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70대 이상(14.3%)과 60대(2.7%)는 지출이 늘었으나, 이 역시 전주 대비 증가 폭이 급감하며 ‘소비 절벽’의 영향권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즐거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질병’… 보건 분야만 6주째 증가
고령층의 소비 지표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내수 활성화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출의 질적 구조를 뜯어보면, 소비가 늘어난 유일한 분야는 다름 아닌 ‘보건’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종별 사용액을 보면 보건 분야 결제액은 1년 전보다 5.1% 늘어나며 6주 연속 유일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내수 진작에 기여도가 높은 숙박 서비스(-9.4%), 식료품·음료(-2.4%), 의류·신발(-4.5%) 등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들이 먹고, 입고, 즐기는 데 쓰는 비용은 극도로 아끼면서도, 생존과 직결된 병원비와 약값만은 줄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고령층이 주도하는 소비는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생존형 지출’에 집중되어 있어 내수 경기의 기초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GDP 성장률의 착시… 정부 지원금은 ‘임시방편’ 그칠까
경제 지표상의 수치와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7% 상승하며 깜짝 반등에 성공했지만, 실제 민간 소비 증가율은 0.5%에 그쳐 내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은 살아나고 있으나 내수는 전쟁 리스크와 고유가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소득 하위 70%에게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중동 사태라는 근본적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인 ‘수액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밀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론: 내수 연착륙을 위한 구조적 처방이 시급한 시점
신용카드 소비 지표의 급락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고금리와 전쟁의 공포가 실물 경제를 잠식하는 가운데, 한계 차주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세대별 소비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정밀 타격식 대책이 절실하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되기 전,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정책적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핵심 요약
- 전 연령 소비 위축: 중동 전쟁 발발 6주 만에 50대 이하 전 연령층의 카드 사용액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소비 동력이 상실되었다.
- 고령층 소비의 민낯: 60대 이상의 소비가 늘었으나, 숙박·의류 등은 급감하고 오직 보건·의료 분야 지출만 늘어난 ‘불황형 지출’ 구조를 보였다.
- 내수 활성화 한계: GDP 반등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는 0.5% 성장에 그쳐, 정부의 피해지원금 등 단기 대책 이상의 근본적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전쟁 여파가 왜 특히 2030 세대에게 더 큰 타격을 주나요?
2030 세대는 가처분 소득 내에서 물가와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비필수적인 문화·레저 지출을 가장 먼저 단절했기 때문입니다.
Q2. 60대 이상의 소비 증가는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 아닌가요?
통계 수치상으로는 소비를 지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출 항목이 ‘보건 의료’에 쏠려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여행이나 외식처럼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의 소비가 죽고 의료비만 느는 것은 내수 선순환 구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Q3.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소비를 살릴 수 있을까요?
일시적인 가계 부담 경감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지원금이 다시 저축되거나 필수재 소비에만 쓰일 가능성이 높아 근본적인 소비 심리 회복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