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반도체 사이클의 문법이 깨지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촉발한 거대한 슈퍼사이클이 삼성전자의 수익 창출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계절적 비수기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삼성전자가 시장의 가장 낙관적인 기대치마저 훌쩍 뛰어넘는 역사적 실적을 기록하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앞다투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모델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하루에 6,400억 원 벌었다… ‘비수기’ 무색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경영 실적은 자본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매출 133조 원에 영업이익은 무려 57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하루 평균 6,400억 원의 순수익을 창출한 셈이다. 당초 증권가에서 제시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40조 원은 물론, 가장 공격적인 수치였던 53조 원마저 가볍게 넘어서며 진정한 의미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이 단순한 호황의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Nvidia)향 납품 매출이 아직 1분기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이번 1분기 실적이 ‘놀라운 실적 랠리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연간 이익 300조 넘어 내년엔 ‘글로벌 1위’ 정조준
시장의 시선은 이미 연간 300조 원 고지를 향하고 있다. 당초 227조 원 수준으로 형성되었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일제히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302조 원으로 기존 대비 50%나 대폭 상향했으며, KB증권은 한발 더 나아가 327조 원을 제시했다.
실적 우상향 곡선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가파라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 모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75조 원을 시작으로 3분기 83조 원, 4분기 93조 원의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메리츠증권은 4분기 단일 영업이익이 104조 원에 달하며 사상 첫 ‘분기 100조 클럽’ 가입을 점쳤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내년도 전망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내년 연간 영업이익 488조 원을 달성하며 전 세계 모든 상장 기업을 통틀어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TSMC의 절반 수준”… 극심한 저평가와 목표가 36만 원의 근거
폭발적인 이익 성장세에 발맞춰 목표 주가 역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32만 원이던 목표가를 증권가 최고치인 36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등도 일제히 30만 원대 이상으로 눈높이를 맞췄다.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가 산정의 핵심 근거는 ‘메모리 가격의 폭등’과 ‘글로벌 경쟁사 대비 극심한 저평가’에 있다. 올해 D램 단가는 전년 대비 무려 250%, 낸드플래시는 187%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연간 1,000조 원을 상회하는 전 세계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반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19%, 파운드리 1위 TSMC의 5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 창출력 대비 현재 주가가 절대적인 저평가(Undervalued) 구간에 놓여있어, 향후 강력한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대대적인 주가 재평가(Re-rating)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SK하이닉스도 겹경사… ADR 상장 카드 만지나
K-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SK하이닉스 역시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타며 동반 상승 기류를 탔다. 1분기 예상 매출은 약 47조 원, 영업이익은 32조 원 수준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최근 D램 가격 상승세를 반영하여 전망치를 상향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각각 37조 원, 35조 5천억 원으로 높여 잡고, 목표 주가 역시 160만 원과 1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기업 가치가 또 한 번 퀀텀 점프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핵심 요약
- 삼성전자는 1분기 57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상회,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거대한 이익 사이클에 진입했다.
- D램 및 낸드 가격의 폭등과 맞물려 올해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 돌파가 유력하며, 내년에는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 등극이 전망된다.
- 현재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엔비디아 및 TSMC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크게 저평가된 상태로, 증권가에서는 최고 36만 원의 목표 주가를 제시하며 강력한 매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